관세 소송이 드러낸 이재명발 착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2심에서 위법 판정을 받자, 국내 언론과 정치권은 일제히 승전보를 터뜨렸다. “트럼프 완전 패배”, “관세전쟁 종료”, “한국의 외교적 승리”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지며, 마치 모든 부담이 사라지고 한국이 무역전쟁에서 최종 승리라도 거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이는 복잡한 법적 쟁점을 단순한 승부 구도로 환원시킨 위험한 착시다.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고, 진짜 결론은 내년 연방대법원에서 나온다. 성급한 환호와 진영논리에 빠진 지금의 분위기야말로 정작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법리적 쟁점의 명확화

국제무역법원(CIT)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내린 판결의 진정한 의미는 트럼프 개인의 승패가 아니라, 관세정책의 법적 근거에 대한 명확한 선긋기다. 법원은 트럼프가 근거로 제시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교역국에 포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는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IEEPA는 분명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차원의 긴급조치 권한을 준다. 하지만 특정 위협에 대응하는 제한적 제재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관세 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법원은 바로 이 경계선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현행 성문법 체계 안에서 명확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최종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쟁점이 더욱 선명해진 것에 불과하다.

예측 불가능한 대법원, 성급한 낙관은 금물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할 때 직면할 핵심 딜레마는 명확하다. 하급심이 지적한 성문법적 근거의 부족과 미국이 처한 국가적 특수성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법원은 무역과 안보가 얽힌 사안에서 행정부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특히 국가안보나 전략산업 재편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관세를 단순한 무역수단이 아닌 국가안보 도구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행정부 편을 들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 사법부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때때로 대통령 권한에 제동을 걸어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예단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양 행동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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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메시지가 된 ‘극단적 발언’

흥미로운 점은 최근 트럼프가 “관세가 무효화되면 미국이 망한다”는 식의 과장된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관세 문제를 법리적 다툼이 아닌 국가 생존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려는 계산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으로 하여금 성문법적 제약보다는 국가적 특수성을 우선 고려하도록 압박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과격해 보이는 발언일수록 그 이면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빠진 딜레마

더욱 복잡한 것은 한국의 처지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트럼프 패소=외교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지만,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단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