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만약 대통령실의 말처럼 협상문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면, 왜 이재명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를 다 들어줬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을까. 그렇다면 그간의 ‘성공적 협상’ 주장은 스스로 뒤집은 말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건 성과가 아니라, 결국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자백일지도 모른다.

문재인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실상은 허상에 머물렀다 해도, 적어도 무대는 존재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대화라는 형식은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브리지론’은 무엇인가. 이제는 이전과 같은 외교 무대조차 보이지 않고, 국내 정치용 방탄막으로만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

image.png

안밖으로 고립되는 이재명 정권

이 상황은 최근 국내 정치와도 겹쳐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충돌,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을 떠올려보라. 만약 정권이 사법부와의 갈등 속에서 생존을 걸고 있다면, 외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 아닐까. 국익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생명이 우선되는 구조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 중국, 북한 중 누가 이재명을 필요로 할까. 미국은 이미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중국은 언제든 다른 권력과 손잡을 수 있다. 북한은 이제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원한다. 결국 어느 쪽에서도 이재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image.png

결국 기다리는 건…트럼프 式 협상

여기서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의 임대사업을 도우며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월세 연체 세입자들을 직접 상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13센트라도 끝까지 받아낸다”는 원칙을 배웠고, 이런 일화는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약속을 지키지 않고 버티는 상대는 어떻게 보일까. 동맹도 파트너도 아니다. 단지 끝내 값을 받아내야 할 악성 채무자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채무자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압박을 강화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트럼프 式 협상이다.

시간끌기는 아무런 대안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재명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버티기라면, 결국 그 끝에는 기한이익 상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채무자가 만기를 연장해 달라며 말로만 버틸 수는 있지만, 능숙한 채권자는 결국 약속을 이행시키는 순간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기만술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아마도 더 강한 압박과 더 큰 대가 외에는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뒷전이 되는 것에 우려를 감추지 않을 수 없다.

C8292163-EFF4-4F3F-87DB-62E2A20A9843_1_105_c.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