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체코 원전 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했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 조건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계약의 불공정성’이 아니라, 이 사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했느냐에 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만큼 전략적 보완이 뒤따라야 했는데, 지금의 논란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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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1. 불가피성의 맥락

원전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다. 우라늄 공급망, 지식재산권, 군사적 응용까지 얽힌 전략 산업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적 영향력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 것도 맥락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이는 전·현직 대통령이 국익 전체를 고려해 감수한 통치행위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2. 정당성과 책임성

그러나 불가피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묻는 건 “이 결정이 과연 정당하고 책임 있는 선택이었는가”라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솔직하게 “미국과의 이해관계 조정에서 불리함을 피하기 어려웠다. 대신 다른 영역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면 국민도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 “26조 잭팟”이라 자찬하던 계약을 이제 와서 “매국 계약”이라 몰아세우며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통치행위의 기본 조건인 일관성과 책임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3. 전략의 부재

더 큰 문제는 전략의 부재다.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면 그만큼의 보완책이 따라야 했다. 체코 수주를 발판으로 다른 시장에 진출하려는 준비가 있었는지, 웨스팅하우스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독자 기술 인증이나 국제 표준화 전략이 있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면 지금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는 생산적인 미래가치를 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이다. 만약 지금 국내 언론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당장의 성과라는 계산에 그쳤다면 이는 뼈아픈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원전산업에 대한 로드맵을 점검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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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생에너지 전환의 명분화

정부는 계약 논란을 언론에 흘려 여론전을 벌이고, 이를 계기로 호남 중심의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재생에너지였고, 원전 계약 논란은 이를 위한 정치적 명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NDA 성격의 합의문까지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할 수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여론전이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항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한 셈이 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