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과 특별재판부, 그리고 정통성의 역설

1. 해소되지 않은 ‘오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혁명’ 발언을 두고 “오해는 해소됐다”고 했지만, 곧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해가 풀렸다면 재발 방지를 언급할 이유가 없고, 재발 방지를 말하는 순간 오해가 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된다. 이는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정권의 불안을 드러내는 자기모순이었다.

정부가 이를 “잘못된 정보 입력” 탓으로 돌린 것도 설득력이 없다. 미국에는 다층적인 정보기관이 있고, 대통령 발언은 단순 착오라기보다 의도된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언의 빌미가 한국 특검의 압수수색이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본질은 외부 음해가 아니라 정권 스스로 만들어낸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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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검 강행과 외교 불신

차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특검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은 정통성을 특검에 매달아놓았기에 멈출 수 없는 처지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이미 “인권·정치·종교 탄압”의 성격이 짙은 3대 특검을 문제 삼고 있음에도, 정권은 특검을 계속 강행하고 있다.

한미회담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거부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된 것도 상징적이다. 이는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남긴 글이 곧 이재명 정권발 특검을 겨냥한 것임을 방증한다. 외교 성과를 자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정통성 위기였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미 간의 해프닝이 아니다. 고든 창, 뉴트 깅그리치 등 미국 보수 인사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며, 이 사태를 국제적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 Heritage와 같은 보수 싱크탱크도 한국의 사법 무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이 이제 국제 담론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3. 특별재판부라는 무리수

정권의 불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추진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현 재판부(지귀연 판사)가 내란죄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별도 재판부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가 사법부 위에 또 다른 재판부를 세우겠다는 발상으로,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교란하는 위험한 시도다.

법원행정처는 즉각 반발했다. 특정 사건을 이유로 외부가 법관 임명에 개입하는 것은 인사권 전횡이자 사법 독립 침해라는 것이다. 헌법은 권력분립을 기초로 설계되었는데, 특별재판부는 입법권이 사법부를 사실상 통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과거 특별재판부가 헌법적 근거 하에서만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도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행정처가 ‘헌정 질서 교란’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별재판부는 절차적 보완이 아니라, 현 재판부에서 내란죄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법 불신을 해결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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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귀연 판사 공격

추미애 의원이 지귀연 판사에게 제기한 ‘650만 원 룸살롱 향응 의혹’은 제보가 있다 해도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법원 측 입장이다. 판사 본인도 법정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정치적 무기화로 변질된 사례다. 정권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법 인사마저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검 강행에서 특별재판부 추진, 개별 판사 공격으로 이어지는 사법 무기화의 악순환을 드러낸다.

5. 국정농단 명분의 자기모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요 명분은 ‘국정농단’이었다. 최순실 등 민간인의 국정 개입과 권한 남용, 뇌물 수수가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심판으로 확증되었고, 민주당은 이를 앞세워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당시 광장에서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외쳤던 인물이 바로 현 이재명 대통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