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태가 드러낸 외교 포장의 허상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ICE 구치소에 수용됐던 현대차·LG 협력사 직원들의 귀국 문제를 두고, 국내 언론은 연일 “조기 석방”이라는 표현을 쏟아냈다. 정부 역시 전세기 투입과 외교 교섭을 강조하며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맥락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석방이라기보다 조건부 추방에 가까운 조치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미국 이민법상 불법체류자나 비자 위반자는 보호소가 아니라 ICE가 운영하는 구금시설, 즉 구치소에 수용된다. 이후 선택지는 자진출국 또는 강제추방 두 가지뿐이다. 전자는 명목상 자발적 귀국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강제추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재입국 제한이라는 불이익이 따라오는데, 일반적으로 강제추방은 10년, 자진출국 역시 5년간 입국이 거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석방”이라는 표현은 제도적 현실과 괴리가 있다.

image.png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된 단속 역시 과잉 집행이라기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체류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정책 일관성 속에 나타난 하나의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다. 여러 매체가 “자진출국 조건 석방 이끌어냈지만”【한국경제, 2025.9.7】, “석방 교섭 마무리”【경향신문, 2025.9.7】, “조기 석방이 최우선”【한겨레, 2025.9.7】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하면서, 마치 억울한 구금자를 한국 정부가 풀어낸 것처럼 착시를 키웠다. 하지만 이는 무죄 방면이 아니라 조건부 귀국, 사실상 추방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언론의 호들갑이 결과적으로 정부 포장을 강화하는 효과만 낳은 셈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한·미 간 투자 협정 이행 압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은 얼마 전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협정에 서명하고, 45일 내 자금을 납입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역시 3,500억 달러 투자 약정을 맺었지만, 구체적 집행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 시점에 현대차 공장이 단속된 것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일본과 같은 조건을 한국에도 요구하는 압박 신호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결론

현대차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미국이 투자 약정 이행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석방”이라는 포장으로 본질을 감추려는 태도가 국민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성과라기보다 경고로 읽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국수대.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