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헌법 제84조에 따라 이미 중지된 것이 당연하다"며 재판중지법 입법도 필요 없다고 밝혔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대통령 당선 후 취임 전 기간을 포함하는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중지까지 의미하는지는 명확한 헌법재판소 판례나 대법원 판례가 없는 미결의 쟁점이다.
행정부가 사법 절차에 대해 일방적 해석을 제시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시도는 삼권분립 원칙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 특히 형사 피고인인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사법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재명 대통령 측은 '다수 헌법학자가 대통령 재임 전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근거로 그런 견해를 제시하는지 명시하지 않는다.
학계의 의견은 실제로 분분하다. 헌법 제84조의 입법 목적과 적용 범위를 두고, 대통령 직무 수행 보장에 있다는 점에서 당선인 신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반대로 인수위 활동 등을 고려해 당선 시점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검증되지 않은 '다수설'을 내세워 헌법 해석을 독점하려는 시도는 법적 근거 없는 정치적 프레임 왜곡 시도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 후 환송심이 정지된 채 수개월이 흘렀다. 이는 단순한 절차 지연이 아니라, 헌법기관 간 권한 충돌 속에서 사법부가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위태로운 정국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재판 진행 여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오직 법원만이 할 수 있다. 헌법 제84조가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되는지, 당선인 신분에도 적용되는지는 법원이 구체적 사건을 통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아닌, 사법부가 재판 절차를 통해 해석을 제시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법행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재판의 지연은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 정의 실현을 훼손한다. 재판의 속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오직 사법부만이 내릴 수 있으며, 그 결정은 명확한 법리와 선례에 근거해야 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지,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의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재임 이전의 개인적 범죄 혐의에 대해서까지 그 조항을 적용하겠다는 주장은 헌법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